태극기의 가치를 모르는 잘난 지식인

한효섭 칼럼 485

12대국회의원회총무 겸 운영의원회부의장 -헌정회전국지회장협의회장

태극기는 이념적 접근이나 정치적 해석으로 설명할 수 없다. 태극기는 미국의 성조기나 다른 나라의 국기와 비교할 수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안을 정부에서 10년 전 추진하였으나 서울특별시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보수 대통령 박근혜 정부의 추진안이었고 진보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시장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 당시 오세훈 시장이 사표를 내지 않고 보궐 선거에서 보수시장이 되었으면 게양대가 설치되었을 것이다. 태극기 게양이 보수 진보의 이념적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무산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특별시 시장은 광화문 광장에 국내 최고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여 ‘국가상징 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름 3미터 높이 100미터의 게양대에는 가로 21미터 세로 14미터짜리 초대형 태극기가 걸릴 예정이다.

이번에도 태극기 게양을 두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 국가주의니 혹은 오세훈표 태극기 게양대라면서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어느 잘난 지식인은 서구 광장의 역사와는 달리 애당초 광화문 광장은 ‘비움’의 미학을 추구했는데 언젠가부터 ‘채움’의 공간으로 변했다고 비판한다. 과연 그럴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과 같이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스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말이 생각난다.

광장은 투자하여 아름답게 꾸며야 광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광장은 인류가 정착하여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광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기도 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과 취미에 따라 이용하였다. 이것이 광장의 시작이다. 광화문 광장도 여러 가지 변천을 통하여 오늘의 광화문 광장이 되었고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에 따라 광장의 기능은 변화하고 있었다. 비움과 채움 중 어느 것이 좋다고 단정할 수 없다.

광장을 찾는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성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비움의 미학을 추구해야 할 광화문 광장에 서울특별시는 주변에 태극기 게양대가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큰, 가장 긴, 가장 높은 태극기 게양대의 압도적 스케일을 강조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이런 추상적·기하학적 우수성을 자랑하는 장소마케팅은 신생국이나 신도시가 주로 쓰는 수법이라고 비웃는다. 그들은 “인문 지리학자 ‘이푸투안’의 말처럼 유서 깊은 도시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보여줄 게 많은데 모름지기 비워야 할 광장에 왜 우리나라 도시 행정은 늘 채우지 못해안달일까?” 하고 비판하면서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을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 광장에 우뚝 선 에펠탑은 처음부터 유서 깊은 도시의 상징물이 되었는가? 주민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세웠던 에펠탑이 세월이 흘러 유적이 되고 유물이 되고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어 세계인들이 찾는 유서 깊은 관광지가 되어 후손들의 문화유산이 되고 관광상품이 되어 후손들의 삶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만든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말처럼 말이다.

가장 크고 가장 길고 가장 높은 12,000년의 한韓의 나라 한국 한민족 한국인의 상징인 태극기 게양대가 광화문 광장에 차지하는 직접적인 면적은 불과 지름 3미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념적 갈등으로 태극기에 경례도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 태극기의 가치를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언제 누가 만들었느냐, 좌익이다, 우익이다, 사대식민사관의 매국노가 만들었다는 등으로 비난한다.

그러나 필자는 나라가 가난하고 무지하고 위정자가 못나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韓의 나라 한국 한민족 한국인이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매국노들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주권을 빼앗기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핍박과 고통으로 처참한 삶 속에 허덕였지만, 그러한 절망 속에서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목숨을 초개같이 버틴 것이 우리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짖던 독립운동가와 애국선열과 전몰장병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힘과 용기를 주었던 것이 대한민국의 태극기이다. 태극기는 그 당시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면서도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짖던 힘의 원천이며 한국인을 하나로 뭉치게 한 원동력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투쟁할 수 있었던 구심점이다.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주권도 국가도 영토도 없는 이름뿐인 한국 한민족의 주권을 되찾고 한韓의 나라 한국 한민족 한국인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신념으로 피 묻은 태극기를 가슴에 안았던가. 태극기는 단합된 한민족의 혼과 한韓의 나라 한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정신과 자긍심이 가득 찬 꿈과 희망이며 한민족의 상징임을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태극기 속에는 선조들의 피와 땀과 눈물과 영혼이 있고 생명이 숨 쉬고 있고 한韓의 나라 한국 한민족의 혼과 생명이 영원히 함께하고 있음을 한국인은 꼭 기억하고 알아야 한다.

광화문 광장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깊고 가장 높은 태극기를 게양한다면 100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고 만년이 지나면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선조들의 값진 죽음과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의 상징으로 영원히 기록되는 유서 깊은 세계적인 문화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태극기는 아무리 많이 게양하고 사랑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의 상징이며 한韓의 나라 한국 한민족 한국인의 자랑이며 희망이다. 왜곡된 지식과 잘난 지식으로 존귀하고 위대한 태극기의 존엄과 가치를 폄하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부산 한얼인 한효섭.